2021. 5. 15. 22:22ㆍ게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울산 북구) 국회의원이 4월11일 제작·배급사 ‘넥슨’ 주최로 열린 ‘메이플스토리 고객간담회’를 본 후 “이용자 존중이 없는 국내 게임업계로부터 자정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헌 의원은 2020년 12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올해 1월 민주당 유정주(비례대표) 의원, 3월에는 같은 당 유동수(인천 계양구 갑) 의원이 또 다른 발의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 추진에 동참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2월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은 한국 게임업계 전체에 연쇄적인 파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하 4월13일 이상헌 의원이 유동수 의원과 함께 밝힌 공식입장 전문.
- 게임 이용자들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게임산업, 자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 게임산업에 대한 논란과 이용자 간담회에 회답한다.
2021년 1월 초 시작된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 항의가 3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의 분노가 꺼지지 않는 원인은 국내 게임 산업계가 자사의 고객을 존중하기는커녕, 이용자들의 정당한 요구마저도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파동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이틀 전에 개최된 ‘메이플스토리 고객간담회’였다. 유동수·이상헌 의원은 한국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이러한 게임업계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유동수·이상헌 의원실은 한국 게임산업이 짙은 사행성을 지닌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BM(비지니스 모델)에만 매몰되어 정작 ‘좋은 콘텐츠’ 제작에는 소홀해 왔다는 점을 비판해 왔다. 유동수·이상헌 의원실의 게임산업법 대표 발의와 몇 차례의 입장문을 통해 게임업계의 반성과 개선을 기대했으나,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보면 게임사들의 자정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대표적인 주력 게임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플래그십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에서도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는 부족했다. 게임 개발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존재하지 않음을 강원기 디렉터가 직접 인증했다. 검은 마법사를 중심으로 스토리 기반이 잡힌 지 거의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스토리 전담팀이 없으며, 사업팀 역시 개발팀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개발팀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매출 유지에만 집중했을 뿐, 그 막대한 이익을 좋은 컨텐츠 창작에 투자해 이용자들에게 재분배할 생각은 사실상 없었다.
이용자들의 분노한 원인을 다른 문제인 양 호도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소위 ‘보보보’, ‘드드드’등 특정 조건의 아이템을 얻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넥슨은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만 충족해도 충분히 좋은 아이템이며, 특정 조건의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이용자들끼리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도 무방한 줄 알았다고 답했다.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이용자들은 아이템의 성능 문제를 논한 것이 아니다. 성능 여부를 떠나 특정 조건의 옵션의 아이템이 획득 불가능하다는 정보를 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점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 가치판단의 문제는 이용자들의 몫이지, 회사의 몫이 아니다. 마땅히 소비자들이 알았어야 할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서, 이미 커뮤니티에서 소문으로 돌고 있었던 내용이니 문제가 없다는 발언은 게임업계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전세계의 모든 거래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그 정보의 진실성을 입증할 의무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 측에 있다. 이런 기본적인 시장경제 원리를 말해야 한다는 사실에 참담함마저 느끼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10년 가까이 소위 ‘보보보’라고 불리는 특정 옵션이 아무런 공지 없이 나오지 않도록 설정되어 소비자들을 속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넥슨의 고위 임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이용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강원기 디렉터에게 떠넘기는, ‘블랙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게임사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준비한 토론회에서의 답변도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기보다는 공감, 의논, 고민, 고려라는 말만 반복하며 향후 법정 공방에서 넥슨 측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발언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언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도 일부 있었지만, 이는 법적 공방과는 거리가 있는 콘텐츠 업데이트 부분에 국한되었다.
메이플스토리 간담회를 통해 왜 이용자들이 국내 게임사의 BM을 비판하는지, 왜 국회가 법을 통해 이를 바로 잡으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10년 가까운 소비자 기만에 자율규제는 아무런 억제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확률형 아이템 중에서도 단순한 ‘뽑기’ 형태인 캡슐형 상품에 대한 확률 공개만 의무화했던 자율규제는 이번 메이플스토리 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환생의 불꽃’을 비롯해 2차, 3차 뽑기 형태의 ‘컴플리트 가챠’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서, 고양이가 생선을 다 먹어 치워도 아무런 처벌도 없는 셈이다.
최근 게임업계는 논란이 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던 자율규제 강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그러나 이미 게임산업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다. 그리고 그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할 방법도 요원해 보인다.
지금까지 게임산업은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장치도 없이 타 산업군에 비해 특혜를 받아왔다. 2021년은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해가 될 것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산업에 미래는 없다. 세계 시장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규제하기 시작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벗고 게임 이용자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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