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뛴 K리그 역대 사례는?

2021. 12. 5. 14:44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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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한지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8월8일 하나원큐 K리그2 2021 24라운드 부천과 안산의 경기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부천 골키퍼 전종혁이 시간 지연으로 2회째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했는데, 부천은 이미 교체카드 3장을 다 쓴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공격수 한지호가 골키퍼로 투입됐다.

한 번도 골키퍼를 해본 적 없다던 한지호는 상대의 강력한 슈팅을 펀칭으로 쳐내는 등 의외로 골키퍼 역할을 잘 수행했다. 게다가 한지호는 이날 시즌 첫 골을 넣기도 했는데, 골키퍼로서도 한 골차 리드를 잘 지켜내며 부천의 4대3 승리에 기여했다.

그간 K리그에서 골키퍼가 퇴장을 당했음에도 남은 교체카드가 없어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꼈던 사례는 총 12번이다. 최초 기록은 프로축구 원년인 1983년 7월 3일 할렐루야와 포항제철의 경기에서 할렐루야 골키퍼 이재일이 후반 44분 퇴장당한 사례인데, 안타깝게도 이재일을 대신해 골키퍼 장갑을 낀 선수의 이름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밖에 경기 중 부상이나 포지션 변경은 공식기록에 없기 때문에, 골키퍼가 부상을 당해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 포지션을 맡게 된 경우는 숫자로 남아있지 않고, 당시 기사 등을 통해서는 재밌는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 안양 진순진, 1골 2실점을 기록했던 성남 신태용

가장 오른쪽이 2001시즌 슈퍼컵 당시 진순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2000년 11월 12일 열린 안양LG와 부천SK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안양 골키퍼 신의손이 무릎 부상을 당했다. 당시 안양의 대기 명단에는 골키퍼가 없어서 미드필더 진순진이 후반 내내 골문을 지켰다. 비록 진순진은 부천에 1실점을 내주긴 했지만, 특유의 순발력 있는 센스와 수비진의 철벽 수비를 바탕으로 안양의 4대1로 대승을 지켜냈다. 이어 안양은 2차전에서도 1대1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4대2로 승리하며 1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3년 7월 27일 대전과 성남의 정규리그에서는 성남이 교체카드 3장을 다 쓴 후반전에 골키퍼 김해운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며 미드필더 신태용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신태용은 필드플레이어 유니폼을 뒤집어서 입은 뒤 상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총 2실점을 기록했고, 경기는 3대2로 성남이 승리했다. 이날 전반에 1골을 넣었던 신태용은 총 1골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왼쪽부터 신태용, 김해운, 김대의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편 이날 부상으로 신태용에게 골문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골키퍼 김해운은 이후 성남, U-20 대표팀, 국가대표팀을 거쳐 최근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까지 신태용 감독 사단에서 골키퍼 코치로 활약했다.

□ 16년 만에 외국인 키퍼 등장, 서울 이랜드 칼라일 미첼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는 국내 골키퍼 육성을 위해 1999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등록이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8일 수원FC와 서울 이랜드의 25라운드 경기에는 약 16년 만에 외국인 선수가 골키퍼로 등장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수비수 칼라일 미첼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후반 45분 서울 이랜드 골키퍼 김영광이 퇴장을 당했는데 서울 이랜드는 교체카드를 모두 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드플레이어 중 한 명이 골문을 지켜야 했다. 선수들은 의논 끝에 칼라일 미첼을 골대에 세웠고, 미첼이 1실점을 추가하며 경기는 1대3으로 패했다.

한편 연맹은 당시 미첼은 정식으로 골키퍼로 등록된 선수도 아니고 경기중 긴급 상황에 따라 임시로 골문을 지켰기 때문에 외국인 골키퍼 규정 위반 사례로 판단하지 않았다.

□ 골키퍼로 깜짝 선발 출전한 필드플레이어

상무 이윤의 © 한국프로축구연맹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사례도 있다. 먼저 2011년 7월 9일 상주상무와 서울의 17라운드 경기에서 수비수 이윤의가 골키퍼로 나섰다.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것은 K리그 최초였다. 당시 주전 골키퍼 권순태의 경고 누적으로 이윤의는 본래 포지션이 아닌 골키퍼로 정규리그 데뷔 무대를 치르게 됐으며, “군인은 시키면 무엇이든 다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2014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2014년 11월 9일 고양과 안산무궁화의 경기에 공격수 강종국이 골키퍼로 나선 것이다. 당시 안산은 후반기 들어 선수들이 대거 전역하며 선수층이 매우 얇아졌고, 골키퍼는 전태현(2016년 전수현으로 개명) 한 명이 전부였다. 따라서 박희도, 김신철, 강종국 등을 임시 골키퍼를 등록하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태현이 어깨 부상을 당하며 강종국이 골문을 지키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강종국은 골키퍼 못지않은 192cm 큰 키를 활용해 고군분투했지만, 경기는 2대1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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