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 “쿠드롱 징크스, 월드챔피언십 동기부여”

2023. 12. 21. 19:01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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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로당구협회

“프레드릭 쿠드롱(55·벨기에/웰컴저축은행) 이기고 우승하는 사람 없다더라.”

‘슈퍼맨’ 조재호(42·NH농협카드)가 한국인 최초로 프로당구협회 남자부 왕중왕전에 해당하는 ‘PBA 월드챔피언십’ 정상에 등극한 후 ‘쿠드롱 징크스’를 깨기 위해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조재호는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 일산에서 열린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 PBA 결승전에서 다비드 마르티네스(32·스페인/크라운해태)를 상대로 4시간여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5-4(12:15, 15:12, 7:15, 15:8, 9:15, 15:12, 15:7, 11:15, 15:8)로 승리했다.

월드챔피언십 우승으로 조재호는 PBA 투어 상금(4억2250만 원) 및 랭킹포인트(46만1500점) 1위로 2022-23시즌을 마쳤다. 이하 개막전-정규투어 최종전에 이은 시즌 3승을 달성한 후 공식 기자회견 질문답변.

- 경기 소감

▲ 얼떨떨하다. 잘 모르겠다. 내가 (우승)한 게 맞나 싶다. 마지막 공도 잘 못 친 것 같아 슬쩍 몸을 썼는데 맞더라. 행복하다.

- 16강부터 챔피언 출신들을 내리 꺾고 올라왔다. 힘든 여정이었는데.

▲ 힘들었다기보단 항상 느끼는 건데, 소위 말하는 대진표가 좋았던 대회에서는 우승했던 기억이 없다. 평소 댓글을 잘 안 보는 편인데, ‘쿠드롱 이기고 우승하는 사람 없는데, 조재호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봤다. 동기부여가 됐다. 필리포스 선수와 경기도 너무 안 풀렸는데 그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또 열심히 쳤다.

- 왕중왕전은 그동안 외국인 선수의 몫이었는데.

▲ 제가 PBA 무대로 오고 난 이후 외국 선수들의 우세였다. 제가 우승이 없어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제가 탈락하더라도 한 명의 한국 선수는 꼭 결승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결승전이 열리면 실시간 채팅창에 한국 선수들은 왜 없냐는 댓글을 볼 때마다 찔리고 마음이 아팠다. 그 자리에 제가 들어와서 조금이나마 그런 걱정들을 해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탈락하는 건데 득실차로 겨우 올라왔다.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고, 너무 신기하다. 신대권 선수에게 전화해서 밥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

- 우승 직전 8세트 초반을 리드하다가 빼앗겼는데.

▲ 8세트에서 끝내야 하는데, 시원하게 쳤던 걸어치기가 빠지는 순간, ‘아닌가 보다’ 싶었다. 제가 잘 돌려쳐서 공의 스피드와 관계없이 맞는 배열이라고 읽었는데, 정확히 코너에 박히니까 앞으로 빠지더라. 그래도 맞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빠지는 바람에 내가 승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9세트는 오히려 관중석에서 응원해주시는 단장님이 부담 갖지 말고 ‘차분하게’ ‘침착하게’ 이런 말을 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 다소 빠르게 엎드릴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천천히’를 되뇌었다. 오히려 침착해졌다.

- 2022-23 PBA 정규투어 최종전 우승 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동기부여를 맡아 유명해진 팀 그로버가 쓴 자기 계발 서적 ‘멘탈리티’를 읽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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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지는 못하고) 아직 1/3 남았다. 이번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은 힘들어서 못 읽겠더라. 그런데 오늘 ‘멘탈리티’ 한국어판 편집자가 대회 현장에 와서 책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사인을 부탁했다. 깜짝 놀랐다.

- 아내가 시상식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일 많이 하겠다고 했는데.

▲ 처음에는 제가 먼저 기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승낙해주다가, 이제 아내가 더 좋은 기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직접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해주니까 제가 훨씬 더 마음이 편해졌고 고맙다.

제가 기부를 하면서 저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지만, 당구 자체의 이미지가 좋아질 수 있는 마음도 있다. PBA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부하고 있다.

- 최고의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총평하자면. 다음 시즌 목표는

▲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3개월 정도 운동을 더 해서 체중을 감량해야 할 것 같다. 트레이너 친구에게 경기 때도 운동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해서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계속할 것 같다.

웨이트를 하면서 성적이 계속 좋아졌다. 올해 너무 잘해서 부담스러운데 다음 시즌에도 이 자리에 앉아서 (월드챔피언십) 우승 소감을 말하고 싶다.

- 커리어가 정말 좋아졌다.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국내 선수로서의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없나.

▲ 사실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친다. 지인들이 “외국 선수들이 다 해 먹고 있는데 네가 잘 쳐서 막아줘야 하지 않겠냐”는 분들도 있다.

그 말 자체가 부담이긴 한데, 오늘도 느낀 게 아직도 너무 부족한 게 많구나, 아직도 연습한 대로 못 치는 공이 있구나. 조금 더 확실하게 연습해야겠다는 숙제를 얻었다.

물론 우승으로 더 단단해지고 좋아지는 부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허점이 계속 보여서 만족은 못 다. 만족하는 것들을 조금씩 늘려가면 우승 횟수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 본인의 커리어에서 얼마나 기쁜 날인가.

▲ 월드챔피언십 첫 출전에 우승했기 때문에 정말 기분 좋다. 사실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우승할 때마다 느끼는 게 며칠 지나야 ‘내가 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은 잘 체감되지 않는다.

- 상금 사용 계획은

▲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조별리그 첫 3경기에서) 1승 2패로 16강도 못 갈뻔한 상황이었다. 도저히 우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정규투어뿐 아니라 월드챔피언십 성적도 랭킹포인트에 들어간다. (시즌 결산 시상식에서) 대상을 타야겠다는 생각에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매 경기를) 죽기 살기로 쳤다.

(시상식 현장에서) 2022-23 PBA 투어 대상 수상자로 ‘조재호’라는 이름이 불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더 열심히 임했고 동기부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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